강청룡 의원입니다.
저는 오늘 의원으로서 자존심 상하지만 푸념 섞인 넋두리를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벗고 준비해온 원고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배ㆍ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지사님과 교육감님을 비롯한 실ㆍ국장님 여러분!
지난달 추석 명절 전 강원도가 공동으로 주관한 춘천에서의 한 행사에서 볼썽사나운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지사님도 그 자리에 계셔서 아시겠지만 내빈 소개 시 강원도의회 의장을 빼놓고 소개하지 않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는 의장께서 본인이 직접 일어나 머쓱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제가 “강원도의회 의장님이 참석하셨어요.” 하고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자는 끝내 의장님을 소개치 않았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행사장을 빠져 나왔지만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며 매우 심사(心思)가 불편합니다.
물론 단순 착오나 실수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저는 언제부터인가 ‘강원도민을 대변한다는 도의원으로서 이것은 아닌데…….’ 하는 자괴감에 빠져듭니다.
나 자신이 왜소해지고 초라해지는 느낌은 저만의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춘천 행사 전에 양양 비행장에서 있었던 행사에서도 의장님을 중간에 소개하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단체가 주최해서 그렇다고 변명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 무슨 망신입니까?
지사님과 교육감님, 그리고 실ㆍ국장님 여러분!
여러분들이 본회의장 연단에 나왔다 들어가실 때 비록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인사일지언정 의장님께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발언 서두에 꼭 ‘존경하는 의장님’이란 표현을 쓰십니다.
이는 의장님이 학식과 덕망이 높아서 예의를 갖춘다기보다는 강원도민을 대변하는 의회의 수장, 다시 말씀드려 강원도민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의장이라는 자리는 도민을 대표하는 소중하고 막중한 자리입니다.
저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도민을 대변하는 의회의 의장, 그리고 의원들은 공적인 자리나 공무에 있어서 만큼은 도민을 대신하여 최소한의 예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배ㆍ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건 가관이 아닙니다.
어디에다 말도 못하는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의정활동으로 지역구에 내려가면 도의원의 위치는 지역구에서 애매모호해 집니다.
좌석이 맨 끝에 마련되는가 하면 아예 좌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개 시는 제대로 소개는커녕 어떤 경우는 실수인지 착오인지 소개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기야 어느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행사 시 도의원들 인사나 소개를 시의원들보다 늦게 시키라는 둥 지침 아닌 지침서를 읍ㆍ면ㆍ동과 각 과에 하달하였습니다.
웃지 못할 슬픈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사님, 교육감님, 그리고 실ㆍ국장님, 오죽했으면 제가 각종 의전에 관한 책자나 논문들을 찾아 보았겠습니까?
제가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도의원 신분으로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적인 자리에서 저나 의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목에 힘주고 폼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원도민을 대변하는 위치에서 자괴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지사님과 교육감님, 그리고 실ㆍ국장님 여러분!
의원들이 각종 행사나 세미나, 포럼 등에 왜 참석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주민들이나 공무원들 앞에서 목에 힘이나 주고 폼 잡으려고 참석하는 게 아닙니다.
매우 중요한 의정활동입니다.
예산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행사의 실효성이 있는지, 관계자들의 고민은 무엇이고 주민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등 여러 소리를 듣고 도정에 반영하는 실로 매우 중차대한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참석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의원이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소관 상임위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관 상임위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각종 행사나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하여 도정 전방을 두루 살펴 강원도와 도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살피고자 함에 있어서 각종 행사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는 것이 의정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나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에서는 홀대 아닌 홀대를 받지만 그렇다고 도 단위 행사에서는 대접을 받는 줄 아십니까?
도 단위 행사는 어떻습니까?
강원도의회 의장에 대한 예우가 이 지경인데 하물며 도의원들은 어떻겠습니까?
초청이나 하시지 말든지.
의장뿐만 아니라 부의장이 참석해도 소개치 않는가 하면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들 자리는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참석한 의원은 소개에서 빼먹고 참석치 않은 의원은 부르고, 이뿐만 아닙니다.
분명 도청 직원으로 행사 관계자 같은데 인사는 둘째라고 치고 먼 산만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9대 도의회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음에도 최근까지 집으로 오는 우편물에 이름이 틀리는가 하면 도 간행물은 춘천시의원 명의로 오고, 집행부 고위 간부들이 도의원 지역구에서 행사를 하면서 연락은커녕 일언반구 말도 없고, 행사 관련 소식은 신문, 방송으로 후에나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주민들에게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이왕지사 말하는 김에 몇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의원들이 민원이나 업무 등으로 직원들과 통화를 할 때가 있는데 수화기나 잘 좀 막고 안 들리게 이야기하시지, 비록 자기들끼리의 대화라고 하지만 듣기 거북한 멘트가 들리지 않나, 또 의원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본청 사무실을 방문하면 목례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의원인지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는 있지만 민원인이 방문해도 인사하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하물며 명색이 도의원 아닙니까.
그리고 도에서 인사 교류하여 시ㆍ군에 내려가신 분들이 계신데 바빠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화라도 한 통쯤 있을 법하건만,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이야기는 모든 공직자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닙니다, 개중에 어쩌다 한두 분이시지만.
지사님과 교육감님, 그리고 실ㆍ국장님 여러분!
이거 어디 힘들어서 의원하겠습니까?
지역구에 가면 민원이나 행사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그렇다고 도에 오면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고 가끔 언론에서 이런저런 일로 두드려 맞기나 하고.
지사님, 지사님도 국회의원 하셨고 교육감님도 도의원 하시지 않았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지사님과 교육감님은 이런 도의원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춘천시의원과 강원도의원을 14년 차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항상 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지만 의회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의회를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결단코 좌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시절 의정활동 중에 집행부와 실로 많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의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발언을 마치고자 합니다.